백의성 연애 증후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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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Kogado Studio에서 2012년 6월 28일 발매한 전연령 미소녀 게임 『백의성 연애 증후군』 (白衣性恋愛症候群, 白恋, 시로코이) RE:Therapy의 분석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 부분 은 기본적으로 접혀있으니 펼쳐서 읽기 전 주의 바랍니다.
리뷰에 사용된 CG의 모든 권리는 게임 제작사인 工画堂スタジオ에 있습니다.

『백의성 연애 증후군』RE:Therapy 리뷰

제목: 백의성 연애 증후군(白衣性恋愛症候群 RE:Therapy, 白恋, 시로코이, Sirokoi)
제작사: 코가도(工画堂スタジオ, Kogado Studio)
작가: 마도카(円 まどか, Madoka), 사쿠라(佐倉 さくら, Sakura)
속성:미소녀 게임, 백합, 전연령, 미연시, 간호사


목차

01. 게임 소개
02. 요약
03. 도입부
04. 소재
05. 작품 구성
06. 캐릭터 디자인과 보이스
07. 텍스트
08. 원화
09. 서비스신/H신
10. 음악
11. 시스템
12. 시나리오
13. 특장점
14. 아쉬운 점
15. 총평

표시가 붙어있는 부분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펼쳐서 읽기 전 유의 바랍니다.



게임 소개

백의성 연애 증후군

원제: 白衣性恋愛症候群
영제: White Robe Love Syndrome
별칭: 시로코이(白恋, Shirokoi)
2012년 6월 28일 Kogado Studio에서 발매한 백합(Yuri)계 전연령 미소녀 게임. 2011년 9월 29일 15+ PSP 플랫폼으로 발매되었고, 약 9개월 뒤에 RE:Therapy가 붙은 보강판이 PC플랫폼으로 공개되었다.

2019년에는 Steam, Vita, Switch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일종의 리마스터가 재출시되었다. 소장용으로는 한패 적용도 가능하고 설치도 편리한 Steam판을 추천.

후속작으로 白衣性愛情依存症(백의성 애정 의존증)이 발매되었는데 직접적인 연관은 없고 전작의 배경이 약간 등장하는 선에서 그친다. 후속작 리뷰는 (추가예정) 참조.

요약

간호사를 주제로 직업적 고충과 사생관까지 엿볼 기회를 제공하는, 심도 있는 백합게임.
『백의성 연애 증후군』은 2012년 평균을 감안해도 담백한 원화와 음악을 지니고 있으며, 시스템은 낡고 불편하다. 그러나 신선한 테마, 깔끔한 텍스트, 좋은 연기 및 무난한 시나리오까지 취향만 맞다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전개나 설정 등의 단점을 감안해도 이야기의 몰입도도 좋다고 할 수 있다.

『백의성 연애 증후군』은 미소녀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업 르포 및 현실 묘사의 비중이 높다. 연애 요소도 꽤 농도가 있지만 직장 신입의 무게감 있는 성장드라마가 메인이니만큼, 플레이 전에 마냥 밝은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도입부

경험을 쌓아, 여러 사람들과 교류를 거듭하면서, 그녀는 어떻게 성장해가는 것일까요-
주인공 사와이 카오리(沢井 かおり)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녀는 자신을 구한 의료에 보은하고자 간호학교를 졸업한 뒤 바닷가에 위치한 유리가하마(百合ヶ浜) 병원의 신입 간호사로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어렵고 고된 일로 매일이 힘들고, 첫 환자 사유리의 독설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카오리는 나름의 보람을 느끼며 성장해가던 카오리.

그런데 점차 이상한 일들이,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작중의 배경이 되는 유리가하마 종합병원(百合ヶ浜総合病院). 이름부터 매우 백합스럽다.

소재

간호사

이 작품의 메인 시나리오 라이터인 마도카 마도카(円 まどか) 씨는 현직 간호사이면서 작가다. 그녀가 2018년에 쓴 글에 의하면 외과계 병원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글을 쓸 시간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어쨌든 그러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생한 묘사는 이 작품의 현장감과 몰입을 높여주는 장점 중 하나이다. 각종 병명과 의료용어가 주기적으로 튀어나오고, 용어 사전도 준비되어 있을 정도이지만 게임을 하다보면 익숙해지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진 않다.

이 게임에서 하도 파헤쳐서 그런지, 후속작인 백의성 애정 의존증에서는 간호학교가 배경이 되었음에도 간호 관련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백합

주인공과 주연들 중에는 단 한명의 남성도 없다. 연애 가능한 대상도 전원 여성. 병원 스텝과 환자로 몇 명의 남성이 등장하긴 하나 스탠딩 CG조차 없다. 작중에서는 여성끼리 사귀는 것이 당연한 듯 그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백합게임.

전연령판답게 묘사는 키스 선에서 그치지만 특유의 꽁냥거림이 완연한 백합 분위기를 낸다.

직업관과 사생관

이야기의 메인스트림은 주인공이 1인분하는 간호사가 되는 과정이다. 작중 인물들은 직업정신과 윤리를 소재로 논쟁을 펼치고, 환자의 퇴원과 죽음 등 희노애락도 가감없이 다룬다. 생명과 환자의 의지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해야 할지에 대한 간호관의 대립도 볼 수 있다.

직설적으로 정리하자면 마냥 하하호호 하는 게임은 결코 아니기에, 작품을 택하기 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본인은 원하지 않았으나, 가족들로 인해서 가사 상태에서 연명 치료를 받는 환자도 소재로 등장한다.

작품 구성

플레이타임

약 40시간. 한번 본 파트는 전부 Skip하는 것을 전제로 All Clear에 걸리는 시간이다.

히로인은 총 6명이며, 개별 루트 진입이 메인스트림에서 순차적으로 갈라지기에 효율이 높은 공략 순서가 존재한다. 마유미와 하츠미는 루트 진입부터 조건부이며, 작중의 굵직한 떡밥을 다 해소시켜주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려면 미루는 것이 좋다.

특히 하츠미는 모든 의문이 풀리는데다 별도의 긴 애프터까지 있는 만큼 가장 최후에 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엔딩

각 히로인마다 최소 3개의 엔딩이 존재하며, 많은 경우는 5개까지 달한다. 기본적으로 Happy, Bad +@의 구성이며 @의 경우 씁쓸한 맛이 남는 Bittersweet 타입의 엔딩이 많다.

추천 순서

나기사 사유리 아미 야스코 마유키 하츠미

- 나기사, 사유리, 아미, 야스코: 루트 진입에 제한이 없다.
- 마유키: 최소 하나 이상의 엔딩을 본 이후 310호 선택지를 통해 진입이 가능하다.
- 하츠미: 루트 진입 자체는 상관없지만 해피엔딩을 보려면 나기사사유리 해피엔딩에 추가로 하츠미 문지기(門番) 엔딩을 보아야 한다.
- 표시는 중요 떡밥이 밝혀짐을 의미

되도록 나기사, 사유리, 마유키, 하츠미의 순서는 지키는 것을 권장한다. 이 경우 아미나 야스코는 마유키 전이라면 언제든지 해도 상관없다.

비선형적 구조와 고난이도의 선택지로 인해 진행이 어렵고, 히로인 숫자도 많은 만큼 시간낭비 없이 깔끔한 플레이를 원한다면 공략을 보는 것이 좋다. 그나마 나기사, 하츠미, 야스코 3인방은 루트 진입과 엔딩 분기가 비교적 직관적인 편이나 나머지 3명은 그렇지 않기에 공략 없이 한다면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 디자인과 보이스

주연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성씨는 제약회사명, 약품명 등에서 따온 것이 많다.

사와이 카오리 ( 沢井 かおり)

CV: 아스미 카나
미숙한 실력으로 혼나는게 일상이지만 밝은 것이 장점이라는, 전형적인 주인공이다. 선택지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타적이고 상냥한 성격이다.
근무복도 그렇고, 사복에서도 에이프런(Apron)을 입는 것이 눈에 띈다. 전자는 분홍계열의 평이한 에이프런이고, 후자는 푸른 계열의 체크무늬 에이프런 드레스.
속성: 주인공, 간호사, 후배, 덜렁이

후지사와 나기사 ( 藤沢 なぎさ)

CV: 히사카 요코
주인공의 학교 선배이며, 직장에서도 2년차인 선배 간호사이다. 학창시절엔 학생회장까지 했었고, 작중에서도 여러모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프리셉터를 맡는다. 카오리를 찾아와 종종 맥주를 마시곤 한다.
속성: 간호사, 선배, 주당, 노력가

프리셉터(Preceptee) : 신입 간호사들의 업무 적응을 돕기 위해 1:1로 지도하는 경력 간호사를 의미. 한 간호사의 업무 스타일에 전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그 중요도가 굉장히 크다.

사카이 사유리 ( 堺 さゆり)

CV: 이마이 아사미
주인공이 처음으로 맡게 된 전담 환자. 「재생불량성빈혈」이라는 무거운 병을 지니고 있어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갖고 있고 성격도 뒤틀려 있다.
장래희망이 간호사였고, 간호학교를 다니다 휴학했다. 덕분에 간호학의 지식이 풍부하여 허둥대는 주인공 카오리를 대차게 까거나, 나기사에게는 그 정도냐며 독설을 쏘아붙이기도 한다.
속성: 환자, 학생, 병약, 독설가
재생불량성빈혈 : 각종 혈구 생산이 심각하게 저하되며 모든 신체 활동에 큰 폭의 제약이 걸리는 골수병. 다행히도 최근에는 줄기세포이식을 통한 치료로 생존률이 조건에 따라 최대 8할에 육박할 만큼 높아졌다고 한다.

아사다 아미 ( 浅田 あみ)

CV: 미즈노 마나비
「네프로제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 겉보기에는 병에 씩씩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이질적인 내면을 지니고 있다.
음악에 조예가 있다. 피아노와 유사한 「포르테르」라는 가상의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것으로 나오며 옥상을 빌려서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속성: 환자, 학생, 연하, 연주가
네프로제 증후군 : 현재는 「신증후군」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인다.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게 되는 단백뇨로 인해 이상증상이 나타나며 서서히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병. 유형에 따라 생존률이 천차만별이고 재발률도 낮지 않다.

야마노우치 야스코 ( 山之内 やすこ)

CV: 하라 유미
내과 병동의 고참 변호사. 장난스런 성격이지만 긍정적 사고관을 갖고 있고 하츠미 주임이 신뢰할 만큼 실력도 확실하다. 카오리와 나기사를 종종 놀려먹곤 한다. 칸사이벤 사용자.
취미로 만화를 그리며 루트에 따라서는 만화가로 데뷔하기도 한다.
속성: 간호사, 선배, 만화가, 사투리
칸사이벤(関西弁) : 일본 관서 지방의 방언들을 한데 모아 부르는 명칭. 한국과 달리 오랜 시간동안 표준어, 주류어로서 기능해온 역사가 있어서 상당한 지명도가 있으며 대중적으로는 오사카벤과 교토벤이 특히 잘 알려져 있다.

와카모토 마유키 ( 若本 まゆき)

CV: 사쿠라 아야네
병실 310호에 기거하는 수수께끼의 환자. 하츠미 주임이 주인공에게 상대하기 어려우니 대응하지 말라는 지시를 별도로 내릴 만큼, 간호사들에게 조심스러운 상대로 묘사된다.
작품의 주요 떡밥 중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캐릭터를 조명하는 정도는 하츠미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며 애프터를 제외해도 루트 길이가 짧은 편이라 트루 히로인보다는 히든 히로인에 가깝다.
속성: 환자, 수수께끼

오오츠카 하츠미 ( 大塚 はつみ)

CV: 키타무라 에리
주인공의 상관이며 부서 책임자. 내과병동의 주임 간호사이며 직접적인 묘사는 거의 없으나 일적으로 매우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일견 냉랭한 성격 같아도 밀기에 약한 편이고 무른 면도 있다.
모든 루트에서 비중이 있고, 핵심 떡밥들을 꽉 쥐고 있으며 상당한 분량의 후일담까지 제공되는, 작품의 트루 히로인이다.
속성: 간호사, 직장 상사, 연상, 관리직, 요리치


텍스트

담담하게 내용을 서술하는 건조체에 가깝다. 수사가 적어 담백하고 읽기 편한 좋은 텍스트.

배경때문에 의학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사전까지 제공되나, 어차피 유저가 인게임 설명과 함께 자연스레 단어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

원화

그리 뛰어나진 않으나 부드럽고 따듯한 인상을 준다. 수채의 느낌이 나는 채색도 여기에 한몫.

히로인이 많고 엔딩도 다양하지만 CG의 숫자는 65개로 적은 편. SD가 아이캐치 말고는 쓰이지 않았는데 만담씬 등에 사용했다면 어울렸을 것 같아서 아쉽다.

적극적으로 SD를 사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서비스신 / H신

전연령 게임이기에 구체적인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수준의 서비스신이 가끔 등장하기는 한다.

사운드

배경 음악

대부분의 BGM은 피아노를 기조로 한 단촐한 구성의 것들이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은 아니지만, 곡들이 얇다는 인상을 남긴다. 보컬이 들어간 OP, ED곡은 꽤 취향을 가릴 듯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곡을 꼽자면 게임 테마곡처럼 쓰이는 想いの羽根(마음의 날개). 이 곡은 두 가지 유형이 있으며 모든 곡을 통틀어 게임의 이미지와 가장 닮은 OST로 느껴진다.

시스템

낡고 불편한 시스템

공략을 보는 것을 권장하는 이유 중 하나. 복잡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플로우차트는 커녕 신 점프조차 없어서 플레이가 여러모로 불편하다. 선택지의 난이도도 높은 만큼 자칫하면 루트 진입에 실패하기 쉽다.

All Clear를 위해서는 한 히로인마다 선택지를 다양하게 바꾸어가며 여러 엔딩을 봐야 하는데, 주어진 수단은 세이브뿐이다. 클릭 한두번으로 여기저기 갈 수 있는 편리한 작품들과는 다르기에 세이브가 없으면 그냥 처음부터 하는 수밖에 없다.

성우 후기

히로인을 클리어하면 사원증의 형태로 후기가 개방된다.

귀여운 여자애와 키스하는 게 좋다는 마유키 역(사쿠라 아야네)의 후기가 인상적이었다.







주의: 스포일러


하단의 항목에는 『백의성 연애 증후군』의 핵심 스포일러 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기 전 주의 바랍니다.







시나리오

우선 말해두자면,『백의성 연애 증후군』의 시나리오는 공통 및 개별 파트의 경계선을 자의적으로 단정짓기 애매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세이브를 할 때 기록되는 표제를 살펴보면, 루트 진입 여부는 물론이고 진행 단계도 파악할 수 있다. 표제가 루트 전체를 단어 하나로 잘 요약하고 있기 때문에, 각 파트를 리뷰하면서 그 의미를 함께 짚기로 하였다. 제목은 하나 외에는 전부 독일어라서 사전에서 찾아보는게 전부인 내 한계로는 본격적 해석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기 바란다.

공통 루트 (Karte/카드, 증명서)

Karte라는 독어에는 뜻이 많다. 그러나 성우 후기가 간호사증의 형태로 등장하고, 공통 파트에는「주인공 카오리가 한 명의 간호사가 되는 과정」이 담겨 있기에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여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메인스트림은「성장 드라마」의 형태를 띠고 있다. 신입 직원의 고단함과 직업적 어려움이 일찍부터 묘사되기 때문에 현쟁감이 상당하다. 실수를 저질러 상사에게 깨진 뒤 구석에서 훌쩍거리는 모습이나, 들이닥친 상사에게 휴식 시간을 털리고도 군말하지 못하는 모습은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요소일 것이다.

입사 후 첫 회식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카오리


나기사 루트 (Band/유대)

Band」에는 끈, 리본, 붕대, 결속, 유대 등의 뜻이 있다. 나기사와 카오리는 과거에 인연이 있었고, 그걸 다시 잇는 과정을 본편에서 거치기 때문에 「유대」라는 의미가 가장 알맞을 것이다.
나기사 루트 보기/접기 첫 인상은 쾌활한 선배 이미지로만 보이는 나기사이지만, 사실 이 캐릭터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점에서 이 게임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나기사: "나는 뒤치닥거리나 하려고 간호사가 된 게 아닙니다!"
- 공통 루트에서
나기사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간호사로서 생명을 살리는 데 일조한다는 보람을 얻고 싶어하며, 위의 대사처럼 환자들을 돌보는 내과의 업무에 불만을 품고 있다.

그럼에도 내과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는, 최초 외과를 지원했지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과 하츠미 루트를 포함하는 일부 루트에서는 끝내 근무 부서를 외과로 옮기게 된다.
#나기사: "어차피 난 할 수 없는 녀석이야! 내과에서도 짐이었어!"
- 자신의 루트에서
하지만 자신의 희망으로 옮겨간 외과에서조차 적응을 잘 하지 못해 괴로움을 겪기도 한다. 원한다고 해서 그 일을 바로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사실 '난 어울리는 곳이 따로 있어'라고 생각했다가 거기서도 융화되지 못하는 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업무로 인해 느끼는 압박과 카오리에 대한 열등감

현실적으로도 2년차를 맞이한 사원들은 슬슬 1인분을 해줘야 한다는 무언의 기대를 받게 된다. 그러나 작중의 나기사처럼 예상 외로 적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럼에도 최소한 평균 수준의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는 기대는 곧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직속 후배가 생겨서 챙겨줘야 하고, 일은 잘 풀리지 않으니 정신적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희망하던 외과로 부서를 옮겼는데 따라가는 데 힘겨움을 느꼈고, 바쁜 부서 특성상 즉시전력이 안 되니 소외되면서 본인은 따돌림을 당한다고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맨정신으로 있기도 어렵다. 문제는 그 스트레스를 카오리에게 풀었다는 것이다.
#나기사: "너처럼 치유의 손도, 너처럼 요령이 좋은 점도, 너처럼 붙임성이 좋은 것도, (나에겐) 아무것도 없어!"
- 자신의 루트에서 카오리에게 절규하며
나기사는 자신이 나름대로 참고 희생하고 있음에도,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 그래서 어벙하고 실수를 연발하는데도 귀여움을 받는 카오리를 보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유대」를 통해 극복하느냐, 못하느냐가 루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나기사는 카오리를 돌봐주는 것 이상으로 그녀에게 의존하고 있음이 암시된다.

나기사는 하츠미에게도 덤비며 불만을 토해내지만 상대가 될 리 없다.


나기사 배드엔딩 (kaefig/새장)

#나기사: "나를 따듯하게 해줄 수 있는 건 사와이뿐인걸?"
#나기사: "그렇네⋯ 나와 사와이 둘이서, 계속 쭉, 하고싶은 대로⋯ 말이지"
- 옥상 소동 이후 출근하는 카오리를 배웅하며
개별 루트에서 하즈키의 힌트를 거부하면 발생한다.

뒤틀린 나기사가 카오리를 납치한 뒤 약품으로 목을 지져서 말을 못하게 만들고, 사슬로 감금해서 쇠약사에 이르게 만드는 충격의 엔딩. 주변에서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는데도 그 이야기를 태연히 건네는 나기사의 소름 돋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엔딩 후에 메인 화면으로 나오면 나기사가 음산하게 웃으며 타이틀을 말한다.

나기사 배드엔딩 kaefig(새장). 이름답게 카오리를 가둬놓고 서서히 망가뜨린다.

나기사 노말엔딩

개별에서 하즈키의 힌트를 수용했지만 최후에 나기사를 찾으러 가지 않을 때 발생한다. 나기사는 옥상에서 투신하고, 다행히 목숨은 건지지만 결국 간호사를 그만둬버린다.
#하츠미: "너는 어떻게 할 거니?"
#카오리: "그만두지 않아요. 저는 나기사 선배가 되고싶어 했던 간호사를 목표로 할 거에요."
- 카오리, 사건 이후 자신을 걱정하는 하츠미에게
카오리가 그런 나기사의 뜻을 이어 제대로 된 간호사가 되겠다 결의하는 결말이다.

나기사 해피엔딩 (verstaendnis/이해)

#나기사: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정상이 아니었던 거야. 일이 잘 안 풀리는 것을 전부 타인의 탓으로 돌려서, 나 전혀 현실을 마주하려 들지 않았어."
#나기사: "그러니까⋯⋯. 나, 지금부터는 「나」로서 노력할게. 사와이가 좋아해 준 「나기사 선배」로서."
- 나기사, 사건 이후 카오리에게 사과하며
나기사를 이해하는 데 성공하는 엔딩. 투신 소동이 벌어지지만 무사히 설득에 성공하고, 적응 문제도 원만하게 끝이 난다.

나기사 해피엔딩에서도 투신 소동이 벌어지지만, 다른 엔딩들과 달리 카오리와 동료들의 설득으로 마음을 온전히 돌리는 데 성공한다.

나기사 해피엔딩 애프터

애프터는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대형 병원으로 옮길까 고민하는 나기사와, 그런 나기사를 응원하는 카오리의 투닥투닥이다.

나기사는 이직 제의에 기회라 생각하면서도 내심 카오리가 잡아주길 원했지만, 자신이 저질렀던 짓, 카오리에 대한 의존증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갈등한다. 한편 카오리는 나기사가 떠나지 않길 원하지만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등을 떠밀어준다.
#카오리: "저, 사실은 나기사 선배가 떠나려는 걸 계속 멈추고 싶었어요."
#나기사: "나도⋯ 실은 카오리와 떨어지기 싫었어. 그뿐이야."
-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나기사의 이직 소동 이후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결국은 상사상애로 끝이 난다. 고전적 플롯으로 깔끔하고 달달하다.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뒤 훈훈하게 마무리


사유리 루트 (Eis/얼음)

Eis」의 뜻으로는 얼음, 냉혈한, 아이스크림 등이 있다. 사유리는 병을 앓으면서 스스로 마음을 닫았고 타인을 외면하게 되었다. 그렇게 얼어붙은 사유리의 마음을 「녹이는」것이 해피엔딩을 위한 핵심 요소이므로, 루트 표제는「얼음」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독일 숙어인 「das Eis brechen」(벽을 허물다) 역시 루트의 줄거리와 잘 어울린다.
사유리 루트 보기/접기 사유리는 『백의성 연애 증후군』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공격적 성향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타인의 의도를 무조건 곡해하여 받아들이면서 그에 대한 대응으로 상대를 가차없이 매도하는 특유의 태도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게 만들지만 그만큼 공략의 성취감도 큰 것이다.

현실에 대한 화풀이

#사유리: "⋯그전보다는 나아졌지 않습니까, 솜씨가."
#사유리: "누구보다 착한 사와이 선배는 고상한 상냥함을 보여주기 위해 (나 같은) 불쌍한 인간에게 은혜를 베풀고 계시겠지요."
- 자신에게 호의를 표하는 카오리를 비꼬며
게임 중반까지의 사유리는 카오리를 괴롭히는 적대자 역할을 맡고 있다. 간호학교를 다니다 휴학한 간호사 지망생이었고, 풍부한 지식에 손재주도 좋아서 매번 카오리에게 정론으로 무장한 독설을 퍼부으며 꼼짝못하게 만든다.

자신이 코피를 흘리자 허둥대는 카오리에게는 현역이나 다름없는 대처를 보여주며 진정시키고, 후배를 도우러 온 나기사를 어정쩡하다며 비웃는다. 작중에서 병상의 시트 정리를 비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카오리와 나기사 둘이 한 것보다 사유리가 혼자 한 편이 훨씬 깔끔했다.

물론 마유키는 본인 루트에서 사유리의 적대적 행동은 「현실에서 눈을 돌려 화풀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 말대로 사유리는 타인의 호의를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녀가 정론을 핑계로 카오리에게 억지를 부리거나 시비를 거는 경우도 꽤 나온다.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

#사유리: "나 같은 거 그냥 내버려두면 좋을 텐데, 굳이 수고스럽게 굴어요."
- 카오리에게 푸념하며
사유리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어 나가야하는지 모른 채로, 분노만을 토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에 사유리를 공략할 때는 「밀고 당기기」가 중요하다.

그녀를 지나치게 무시해도 좋지 않지만, 너무 직접적으로 호의를 표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행동이다. 친밀하게 굴면 부담스러워하는 만큼, 적절하게 거리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 덕분에 사유리의 경우는 캐릭터와 플롯 모두 상당한 정성이 들어간 것이 느껴지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루트라는 인상이 남게 되었다.

카오리의 주사 실수에, 사유리가 같은 고통을 느껴보라며 팔을 물어뜯는 장면

사유리를 공략하려면 미묘한 거리감을 잘 유지해야 한다.


사유리 배드엔딩 (horizont/수평선)

#사유리: "⋯⋯저, 아무래도 안되는 것 같아요. 겨우 이식받은 골수가 제 세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요."
- 병원에서 도망친 사유리가, 바다에서 자신을 찾아낸 카오리에게

#카오리: (나도 곧 따라갈 테니까. 알았지?)
- 마지막 장면에서 암전 후 나오는 카오리의 독백
사유리에게 치근대면서 하즈키를 뿌리쳐버리면 진입.

사유리는 골수 이식 수술 후 나타난 거부반응(GVHD)을 보고 절망하여 병원 밖으로 도망친다. 사유리는 바닷가에서 카오리와 하룻밤을 보낸 뒤 죽는다. 그런 사유리의 시체를 들고 카오리가 물 속으로 걸어가 뒤따르려 한다는 충격적 결말.

그간의 모든 일이 허사가 되어버린 덧없음이 CG와 음악, 분위기, 연기의 시너지를 통해 훌륭하게 표현되어서, 배드엔딩임에도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 엔딩이었다.

GVHD, 이식편대숙주병 : 환자에게 이식된 T림프구가 환자의 세포를 오인하여 공격하는 현상. 이 증상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현재까지는 없으며, 증상의 완화 정도만 가능하다. 이 질환의 발생률은 매우 낮지만 발생하면 사망률이 90%에 이를만큼 치명적이다.

사유리 배드엔딩인 Horizont(수평선). 이름과 장면이 완벽하게 어울린다. 이 작품의 최고 엔딩을 꼽자면 예외 없이 후보에 들 것이다.

사유리 배신엔딩 (Verrat/배신)

사유리 루트를 진행하다가 나기사에게 키스하면 진입. 사유리의 상태가 갑작스레 악화되면서 응급센터로 가고, 병원을 옮기게 되면서 끝이 난다.

사유리 노말엔딩

배드엔딩 조건을 하나만 만족하면 발생. 사유리는 병을 치료하지만 결국 카오리의 애정을 부담스러워하며 달아나버리고, 편지 한 장만을 보낸다.
#사유리: 〔저에게는 사오리 씨의 마음을 받아들일 용기도, 자신도 없었습니다
- 카오리에게 보낸 편지 중
멘탈이 나간 카오리는 편지를 잘게 찢어버리고 다신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끝나는 엔딩. 카오리 스스로 자신이 사유리를 밀어붙였다는 식으로 해피엔딩에 대한 힌트를 준다.

사유리 노말엔딩에서는 카오리 역시 사유리처럼 마음을 닫게 된다.

사유리 해피엔딩 (segen/축복)

사유리가 무사히 치료받아 회복되며, 카오리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된다. 말 그대로 사유리가 축복받는 이야기.
#사유리: "나같이 (사랑이) 무거운 아이, 버릴 기회는 지금뿐이에요?"
- 옆방으로 이사온 뒤, 정리를 돕는 카오리에게
#사유리: "어째서 내가 빨갛게 되는 겁니까! (중략) 나, 카오리씨를 괴롭히고 싶고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요! 괴롭힘을 당하고 내몰린 카오리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토라지는 얼굴은 최고에요!"
- 카오리가 자신을 놀리자 발끈하며
『백의성 연애 증후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들 독점욕이 장난 아니지만 사유리는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극적인 속성을 여럿 받은 덕에 루트의 카타르시스도 높은 만큼 여러모로 밀어주는 히로인이라는 인상이다.

병을 이겨내고 간호사로 돌아와, 카오리와 함께 어엿한 간호사로 성장하는 사유리

사유리 해피엔딩 애프터

#사유리: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이전의 제가 떠올라요. 자신의 불행에 취해서, 내가 이렇게 된 건 주변이 나쁘다며 책임전가를 하고⋯⋯ 그저, 그저 어리광만 부렸던거에요⋯⋯. 저는, 정말로 부끄러운 아이였어요."
- 카오리와의 대화 중
애프터에서는 사유리가 유리가하마 병원에 간호사로 돌아온다. 사유리가 과거의 카오리를 이해하고, 보는 것과 달리 실제의 일은 어렵다는 것도 깨달으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게 된다.

사유리 애프터의 마지막 장면. 배드엔딩과 대조를 이루면서 마찬가지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아미 루트 (Flucht/탈출)

Flucht」에는 탈출 외에도 도주라는 뜻이 있다. 그러나 작중 이야기의 전개를 보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관」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된 「도주」보다는, 「탈출」이라는 의미가 적당할 것이다.
아미 루트 보기/접기 아미는 공통부에서는 카오리에게 관심있는 환자 1 정도의 느낌으로, 인상이 옅다. 그녀의 특기는 포르테이르라는, 피아노와 유사한 가상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다.

루트에서는 옥상에서 열었던 미니 연주회에서 한 환자가 쓰러지는 이벤트 후에 정신적으로 내몰리는데, 카오리가 어떻게 그녀를 백업해주느냐에 따라 엔딩이 갈린다.

아미가 다루는「포르테이르」라는 건반 악기. 제작사가 만든 다른 게임인 『솔페쥬』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학교 문제

아미에게 배정된 주제만 놓고 보면 학교 내 따돌림이라는, 상당히 민감한 것임에도 워낙 가볍게 다뤄져서 심각성이 느껴지질 않는다. 히로인들 대부분의 이야기가 무겁다보니, 밸런스를 위한 「쉬어가는 순번」이라는 느낌으로 가볍게 디자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분량에선 상대적으로 얇고, 전개 측면도 단순하여 그다지 얘기할 것이 없다.

애정의 일방통행

얼핏 보면 별거없이 평범한 아이 하나로 보이는 아미지만, 역시 『백의성 연애 증후군』의 히로인답게 위험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사유리 루트에서는, 사유리를 위해 만들어놓은 카오리의 오믈렛을 훔쳐먹은 뒤, 그 사실에 대한 카오리의 의중을 시험하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그 외에도 여타 루트에서 카오리를 짝사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기보단 정리당하는 찝찝함도 남기기에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카오리에 대한 짝사랑을 보여주는 나기사는 배드엔딩의 임팩트가 커서 그렇지, 그외는 질척거리는 느낌이 없기에 대비된다. 아무래도 아미는 공략 대상 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하고 겉만 의젓하지 속은 어리광을 원하는 아이라는 점에서 성인과의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미 배드엔딩 (singen/울림)

#아미: "그런 얼굴 마세요, 카오리 언니, 이렇게 보여도, 저는 행복하다고요."
- 슬퍼하는 카오리에게
하즈키의 질문에 애매하게 답하고, 아미가 들은 험담에 원론적으로 분노할 경우 발생한다. 카오리로 인해 아미의 손이 망가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카오리가 죄책감으로 인해 그 책임을 지게 된다.

배드엔딩에서 아미는 연주자의 꿈을 접게 되고, 카오리는 그런 아미에게 매여 살게 된다.

아미 노말엔딩

하즈키의 질문에는 솔직하게 답하나, 아미가 들은 험담에 원론적 반응을 하면 진입한다.

그녀는 건강히 퇴원하지만 카오리의 곁에서도 멀어진다. 결국 아미는 전학간 학교에서 다른 애인을 사귀게 되는데, 카오리에게 수시로 연락하며 이걸 과시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어떤 의미로는 배드엔딩보다도 쓴맛.

아미 노말엔딩. 곤란해 하면서도 아미의 연락을 거절하지는 못하는 카오리가 안쓰럽다.

전치(轉置)엔딩 (Versetzung/옮기기, 전치)

잘 진행하다가 최후에 아미를 보러가는 대신 얌전히 있기로 하면 진입한다. 아미는 마음을 닫아버리고 갑작스레 퇴원해버린다.

아미 해피엔딩 (zukunft/미래)

#아미: "그래도, 저 여동생으로도 좋지만요⋯⋯ 여동생이 아니라⋯⋯"
#아미: "저, 카오리 씨랑 슬슬 연인다운 츄-가 하고싶어요."
- 엔딩에서
여기서 아미는 무사히 퇴원하고, 자신을 험담하던 아이와 화해하며 병원에서 정기 연주회까지 열게 된다.

아미 해피엔딩은 다소 맥이 빠질 만큼 단순하다. 하지만 덕분에 가벼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이야기다.


야스코 루트 (Persona/페르소나)

Persona」는 라틴어를 기원으로 한 심리학 용어이다. 사람이 사회에 맞추기 위해 형성하는 일종의 「가면」같은 것이다. 사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것이지만 야스코의 루트에서 그 표리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편.
야스코 루트 보기/접기 칸사이벤을 구사하는, 솜씨 좋은 고참 간호사. 온/오프 모드에서 보여주는 온도차가 눈에 띈다. 그녀를 공략하려면 사유리와 유사하게 「밀고 당기기」를 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그녀의 의견을 따라가되, 때때로 자신의 주장도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스코의 또다른 소재 중 하나는 만화인데, 필명으로 만화를 여러 차례 출품했을 만큼 경험과 솜씨가 좋은 것으로 묘사된다.

병원 포스터도 전부 그녀의 작품.


양면성

#야스코: "니 말야, 프로가 된지 몇 개월? 상황봐서 예측하고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 안 하나?"
- 허둥대는 카오리를 질책하며
#야스코: "우와, 뭐꼬 얘! 최근 쬐끔 일 좀 한다고 건방지네~"
- 자신의 권유에 장난스레 응하는 카오리에게
야스코는 실력자를 찾는 하츠미의 부탁으로 유리가하마 병원에 왔다는 언급이 있으며, 공통부에서는 의미있는 조언과 질책도 해 주고 격려도 담아주는 좋은 선배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취미에 카오리를 부려먹고 도시락 반찬을 털어가기도 하는 등 불합리한 짓을 저지르는 못된 선배 로서의 모습도 지니고 있다. 제대로 된 입체성을 보기 어려운 미소녀 게임에서, 꽤 드문 유형의 현실적 인간상이다.

명확하게 선을 긋는 대인관계

#야스코: "그래서 (내가) 니를 좋아하게 되믄, 니는 변심해버리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거 아이가?"
#야스코: "사람 마음은 변한다카이. 영원이라는건, 형편에 따라서, 그냥 꿈같은 이야기인기라?"
- 자신에게 고백하는 카오리에게
자기 루트에서는 페르소나 대신, 자신의 냉담한 본성(self)이 드러나며, 막장스런 가정환경으로 인해 아무도 믿지 않는 성격이 되었음이 밝혀진다. 그래서 자신을 좋아하는 카오리를 거부하며 냉랭하게 대한다. 카오리가 그런 야스코를 지적하면서도 포용해야만 해피엔딩으로 갈 수 있다.

캐릭터성과는 별개로 개별에서의 변화가 갑작스러운 점이 아쉽다. 평소에 실실거리는 타입이 화가 나면 더 무섭다고는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오지마!"하는 것은 이상하다. 카오리가 발을 잘못 디뎠다는 묘사를 확실하게 해주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야스코는 하츠미 다음의 연장자이며 그에 걸맞는 통찰력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

카오리를 휴일에 무보수로 부려먹는 모습은 보는 편도 짜증이다.


야스코 배드엔딩 (puppe/꼭두각시)

#하츠미: "사와이 씨, 최근의 당신 좀 이상해? 야마노우치 씨도⋯⋯ 사와이 씨를 좋은 식으로 너무 부려먹는 게 아닐까."
#나기사: "모르겠어? 지금의 사와이 말야, 마치 야마노우치씨의 인형같아⋯⋯"
- 군말없이 야스코의 지시를 따르는 카오리에게
야스코의 간호관을 편들어주면서, 최후에는 찾지 않을 경우 진입한다.

야스코는 카오리를 세뇌해서 부려먹을 뿐 아니라, 자신의 창작 모티브를 자극하는 소재로 써먹는다. 카오리에게 언제까지 그럴 수 있냐면서 시험하는 듯한 말을 던지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배드엔딩.

그래도 배드엔딩들 중에서는 그나마 희망적인 편⋯ 인가?

야스코 만화가엔딩(comics/만화)

야스코의 데뷔에 감탄하는 반응을 보여주면 진입한다.
#야스코: "너무 솔직해서⋯⋯ 보고 있기가 괴로워. 자신이 더럽혀진 걸 보여지는 기분인기라."
- 사직한 직후 카오리에게 찾아와
#카오리: "⋯⋯ 분명히 나로서는, 이런 일 못하겠는걸⋯⋯ 상대의 생각을 읽어내거나, 상대의 사고를 자신의 생각대로 이끌거나, 이끌린 척하면서 상대 속을 재차 읽어낸다던가⋯"
- 야스코의 만화를 보며 그녀가 원했던 것을 깨닫고 슬퍼하는 카오리
씁쓸해 보이는 야스코의 반응이 포인트. 야스코는 간호사를 그만둔 뒤 홀로 '사와노우치 모에'라는 필명으로 만화가가 되며, 신간 Comic Queen을 받은 카오리는 만화에 담긴 그녀의 생각을 짐작하며 슬퍼하는 결말이다.

'사와이' 와 '야마노우치'를 섞은 필명, 두 등장인물이 앞에서는 투닥거리면서도 사적으로는 러브러브라는 만화의 내용으로 야스코가 원하던 관계가 무엇이었는지를 암시한다.

자신 앞으로 보내진 야스코의 만화를 읽은 뒤 슬퍼하는 카오리

야스코 노말엔딩

#야스코: "니도, 바보네. 내 따위로 울지 말라고. (중략) 니도 앞으론, 내같이 무책임한 인간한테 걸리믄 안 된다 카이?"
- 카오리에게 작별인사하며
야스코의 간호관에는 반대하면서, 야스코를 찾으러 가면 진입. 야스코는 결국 유리가하마 병원을 그만둔다. 카오리에게는 더 좋은 사람을 찾으라 당부하며 훌쩍 떠나버리는 엔딩.

야스코 자존심 엔딩 (stolz/자존심)

#야스코: "니도, 다른 놈들처럼 입만 산거야. (중략) 나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 카오리를 거부하면서
야스코의 명령을 거부하면 진입한다. 야스코는 카오리를 때린 뒤 야반도주해버린다. 제목 그대로 서로가 '자존심'을 앞세운 결말.

야스코 해피엔딩 (folgsam/부드러운)

#야스코: "여기 있는 사와이 카오리의 선배 간호사로써, 인생의 선배로써, 사와이 카오리를 지도하면서, 일생 백년해로할 것을 맹세합니다!!"
- 업무 미팅 때 카오리의 어깨를 안은 채 던지는 폭탄선언
#야스코: "내도 솔직해질기라. 전력으로 나한테 덤벼들던 니처럼."
- 위의 발언 직후
오리는 그녀의 마음에 접하는 데 성공하고, 둘은 더욱 가까워진다. 드디어 솔직해진 야스코가 포인트. 이 루트에서는 야스코의 어시로 데뷔할 예정이 되기에, 카오리에겐 투잡이 요구되는 고달픈 엔딩일지도.

마지막에 '모에 씨'라는 애칭을 불러주니 좋아죽는 야스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둘이 싸움하던 거 아니었냐며 당혹스러워하는 나기사의 반응이 포인트.

어시로 데뷔할 카오리에게 괴상한 펜네임을 제안하며 좋아하는 야스코. 이후 카오리는 참 다채로운 사람이라며 미소를 짓고 끝이 난다.


마유키 루트 (Verkehrt/거꾸로)

Verkehrt」에는 거꾸로(의), 틀린, 심술궂은 등의 뜻이 있다. 마유키가 지닌 병을 생각해보면 그녀에게 적합한 해석은 「거꾸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마유키 루트 보기/접기 작품을 꽤 진행하기 전까진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캐릭터답게 존재 자체가 떡밥인 인물이다. 삶을 존중하는 그녀의 사고관을 무시하면 진행조차 할 수 없다.

마유키는 루트 진입 전까지는 지나가듯 대사로 언급될 뿐 스탠딩 CG조차 보이지 않는다.

감춰진 시작점

마유키는 작품의 발단이 되는 인물이다. 그녀는 유리가하마 병원을 설립하게 만든 계기 자체이며 그녀의 루트에서는 카오리의 능력인 「치유의 손」에 관해서도 대부분이 밝혀진다.

마유키는 매년마다 육체 연령이 4살씩 어려지는 병에 걸려있으며, 작중 시점에서는 12살이기 때문에 3년 뒤 소멸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
#마유키: "하지만, 나는 너의 생명력을 먹어치우고 있는 거라고? (중략) (그 때문에 네가) 죽는다고 하면, 어떻게 해?"
- 카오리의, 자신과 이야기하는게 마음 놓인다는 발언에
마유키는 달관한 듯하면서도, 삶을 간절히 원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가볍게 취급하는 듯 대화할 경우 카오리를 내쫓아버리며 루트가 끝나버린다. 해피엔딩을 보려면 그녀에게 도움을 주려 하면서도 최소한의 선을 지켜야 하고, 하즈키에게도 동의를 표해야 한다.

사실 이 캐릭터도 아미처럼 분량이 짧은 탓에 그다지 할 이야기가 많지 않다.

마유키는 분별없는 이타심을 싫어하기에 조심스럽게 그녀를 대해야 한다.

마유키 실패엔딩 (Verwerfen/흩뜨리다, 패를 잘못 내다)

마유키를 만난 뒤, 꿈 속에서 받은 첫 질문에 「괜찮지 않다」고 말하면 진입. 마유키는「치유의 손」이 없는 너에게 용건은 없다며 카오리를 내쫓아버리고 게임은 곧바로 끝이 난다.

마유키 배드엔딩 (Baby/아기)

마유키를 구하고 싶냐고 물을 때 무리라고 답하면 진입한다.

하즈키가 「치유의 손」으로 어떻게든 해 보려 했으나 실패하고 사라지며, 마유키는 아기가 되어버린다. 죽지는 않았으니 노말 엔딩보다는 나은 상황⋯ 이라고 하기엔 졸지에 미혼모가 될 듯한 카오리가 걱정이다.

이 엔딩 후에 타이틀로 돌아오면 마유키가 타이틀을 읊으면서 마지막에 "뭐가 리세라피야."라고 투덜댄다.

마유키 노말엔딩

생일 선물로 전속 약속을 하면 진입.
#마유키: "아하하, 넌 정말 위선자구나! 그 여자애한테 동정한다고."
- 전속을 해주겠다는 카오리에게
마유키는 죄책감을 느끼고, 그럼에도 카오리와 하즈키는 그녀를 돕고 싶어한다. 그러나 하즈키는 실패해 사라져버리고 마유키는 절망하여 죽을 장소를 찾아 떠나는 내용.

마유키 해피엔딩 (auf wiederseh/또 봐요)

#마유키: "나는 네가 좋아, 카오리. 그러니까 너를 도구로 쓴다던가 하는 건 불가능해."
- 카오리에게 진심을 털어놓는 마유키
#마유키: "하즈키가⋯⋯ 나 대신 사라져줬어⋯⋯."
- 하즈키와의 대담 후 깨어나, 울면서 말하는 마유키
하즈키가 마유키를 치료하면서 소멸하고, 마유키는 더 이상 퇴행하지 않게 된다. 이후 마유키가 카오리와 함께 살아갈 것을 결의하는 엔딩. 겉보기엔 카오리가 몇 년 연상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마유키 쪽이 20년 가까이 연상인 특이한 커플이 만들어진다.
#마유키: "신세졌어, 하츠미. 꽤 너를 괴롭힌 것도 있지만."
#하츠미: "그랬었나요? 옛날 일은 잊어버렸어요."
- 마유키, 작별인사를 건네며
하츠미는 이미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묘사가 나온다. 카오리는 하즈키가 누구였냐고 묻지만, 그녀는 대답해주지 않는다. 다만 유저는 서술을 통해 자매라는 관계성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츠미와 마유키의 작별인사. 카오리는 자신이 모르는 비밀을 짐작하지만 더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

마유키 해피엔딩. auf wiederseh는 또 보자는 인사라고 한다.


하츠미 루트 (Schwester/자매)

Schwester」는 자매라는 뜻이다. 이는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떡밥을 의미할 뿐 아니라 하츠미와 연관된 두 인물의 관계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즉「자매」라는 단어는 루트의 내용을 적절히 함축하고 있다.
하츠미 루트 보기/접기 마유키 루트에서는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초점을 두었다면, 하츠미 루트에서는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즈키와 치유의 손

#하즈키: "언니는, 날 위해서 내가 가려던 장래를 나 대신 가기로 결심한거야. ⋯⋯ 그래도⋯⋯ 부탁이야 언니, 나에게서 ―를 뺏어가지 말아줘⋯⋯!"
#하즈키: "카오리 짱이 살아있고, 행복해지기만 하면 그걸로 좋은 거야."
- 꿈 속에서 하즈키의 발언
이 루트에서는 카오리의 내면에 등장하는 하즈키에 대해 모든 것이 밝혀진다. 하츠미의 동생인 그녀는 「치유의 손」을 지녀서 마유키를 치유할 수단으로 연구되고 있었지만, 사고로 인해 카오리의 생명을 살리면서 그 내면에 봉인된다.
#하츠미: "미안해, 당신의 기억을 최초에 봉인한 건 나야."
- 내면세계에서 카오리에게 사건 경위를 알려주는 하츠미
사고 이후 카오리는 회복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츠미가 걸어둔 암시가 약해지고, 하즈키의 존재가 부상한다. 덕분에 카오리가 「치유의 손」을 쓸 수 있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도 받는 듯한 묘사가 나온다.

작품의 근간에 관여하는 또 하나의 핵심인물인 하즈키에 대한 것이 다 밝혀진다.

어른스러우면서도 못미더운 사람

겉보기엔 인성적으로도, 능력적으로도 하자가 없어 보이는 완벽한 타입의 유형 같지만 의외로 사적으로는 허당이고 칠칠맞은 면이 있다. 방 정리를 안한다던가 아무것도 없는데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과 프라이빗 모드를 확연하게 나누는 만큼 일상도 똑부러질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해피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하츠미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다가 최후의 타이밍에 나서는「최선의 순간」이 중요하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면 배드엔딩이 되고, 마지막에 행동하지 않으면 노말엔딩이 된다.

다만 하츠미는 작중의 진히로인이고, 자신의 루트 역시 그에 걸맞는 비중이지만 캐릭터 자체로는 2% 정도 아쉬운 느낌이다.

하츠미는 자기 루트에서 천연스러운 면이 종종 나온다.


하츠미 배드엔딩 (traum/꿈)

카오리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자신의 인격이 잠들고, 하즈키의 인격이 부상하게 되는 엔딩. 하즈키와 하츠미는 그녀가 다시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기묘한 줄거리다.
#야스코: "와, 진짜네. 정말로 (다) 써놨네"
#나기사: "잠깐, 어떻게 된 거야 사와이?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런데 최근의 사와이 꽤 굉장하다고?"
- 하즈키가 빙의한 카오리에 감탄하는 동료들

#하츠미: "우린, 네가 돌아올 장소를 쭉 지키면서⋯⋯ 쭉 기다리고 있어요."
- 내면의 카오리에게 말을 건네는 하츠미
마지막에는 하즈키의 인격으로 교체된 카오리를 볼 수 있다. 똑소리나는 모습에 주변에서도 화들짝. 이 엔딩에서는 카오리의 의식이 남아있긴 하지만 상호작용은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배드엔딩의 카오리 version 2. 빈틈없이 척척 일을 해내지만, 작중에서는 이런 카오리의 변화에 찝찝함을 느끼는 묘사가 보인다.

하츠미 문지기엔딩 (Torwaerter/문지기)

하츠미 루트에 진입했으나 트루엔딩을 볼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강제로 발생한다.

하츠미 노말엔딩

카오리가 사건의 대략적인 것을 알게 되고, 하즈키는 자취를 감춘다. 자신은 카오리와 함께할 자격이 없다는 하츠미를 설득하여 연인이 되는 결말이다.

다른 히로인들의 노말엔딩은 하나같이 씁쓸한 맛이 있는 반면, 하츠미의 노말엔딩은 유일하게 그런 점이 없다. 과연 진히로인.

하츠미 해피엔딩 (wahrheit/진실)

카오리가 사건의 진실까지 깨닫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엔딩.
#하츠미: "걱정은 됐어. 난 아버지처럼 험악한 인상이 아니니까."
#오오츠카: "또 그런 짓궂은 말을⋯⋯ 이 아빠는 그런 애로 키운 적이 없어요."
- 카오리에게 양아버지를 소개하며 나누는 대화
카오리는 사고로 죄책감을 지니고 있던 하츠미의 양아버지도 만나고, 하즈키에 대한 짐도 덜게 된다.
사건의 경위
초등학생 시절, 카오리의 절친이었던 하즈키는 (실험 관련 문제로) 작별을 고하면서도 아무말을 해주지 않았다. 카오리는 그에 화가 나서 하즈키 따위는 모른다고 화를 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새 둘은 도로 쪽으로 굴러 넘어졌는데 불행하게도 트럭과 조우하게 되며, 그 운전사가 오오츠카씨였던 것.
난데없이 튀어나온 애 둘 때문에 가정도 직장도 잃어버렸으니 사실은 그도 피해자였다. 그런데도 유족들에게 진심을 다해 하츠미의 어머니와 재혼하게 된 것이다.
#카오리: (행복하단 생각이 들었어. 이렇게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소중히 여겨지고 있어서, 난 참 행복한 사람이야.)
- 부녀간 대화를 들으며 생각하는 카오리
가끔 보여서 카오리를 놀래키길래 뭐하는 분인가 했는데, 과거 카오리의 사고에 엮인 당사자였다. 내막을 알고 보면 안타까운 인물.

하츠미 해피엔딩 애프터

진히로인이자 트루 루트답게 본 게임에서 가장 긴 애프터스토리도 제공된다. 하츠미가 자신한테 질려서 바람을 피지 않는가, 하고 카오리가 전전긍긍하는 이야기.

사유리는 작별인사로 했던 'hasta la vista' 말 그대로(스페인어로 다시 보자는 뜻), 건강해져서 간호사로 유리가하마 병원에 돌아온다. 사실상 주요 내용은 카오리와 사유리의 두 번째 성장기+@에 가깝다.
#사유리: "아, 사와이씨는 아직 남아있으셨네요. 잘리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 신입으로 인사를 하며 카오리를 놀리는 사유리
#하츠미: "어때, 사와이 씨. 사카이 씨의 프리셉터를 맡아보는건?"
- 카오리에게 권유하는 하츠미
#하츠미: "게다가⋯⋯ 네가 너무 빨리 성장해버리면, 내 즐거움이 사라져버리는걸."
- 침울한 카오리를 격려하는 하츠미
의욕만만인 사유리는 밤마다 하츠미에게 질문하러 가는데 카오리는 그걸 보고 바람이라고 오해하게 된다. 실은 하츠미나 카오리나 하나같이 일편단심이며, 그런 둘을 놀리는 주변의 반응이 재미있다.
#나기사: "그래서 넌 어느 쪽 뺏는거야?" (슬쩍 카오리 쪽을 본다)
#하츠미: "⋯⋯." (카오리를 감싼다)
#카오리: "⋯⋯?"
#사유리: "자⋯⋯. 어느쪽인 걸까요?"
- 네 명의 만담

작품 전체적으로 꽤 무겁다보니, 트루 루트의 애프터 스토리는 그간의 플레이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사회의 쓴맛을 흡수한 카오리를 보고 놀라는 사유리, 나기사를 외과에 뺏긴다고 투덜대는 야스코, 의외로 죽이 잘 맞는 나기사와 사유리의 만담, 성장한 카오리를 대견해하는 하츠미 등을 보면 작중의 유대관계가 성장했으며 개인적으로도 한 걸음씩 나아갔음을 느낄 수 있다.

불륜(?) 발각 장면. 이후 카오리는 이에 대한 걱정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끝에 가서 묘하게 사이가 좋아진 둘. 하츠미-카오리 커플이 깨지면 한명씩 나눠서 차지하자는 농담도 한다.

강렬한 캐릭터성을 보유한 다른 히로인들에 비해, 개성이 옅다는 인상은 어쩔 수 없다.


특장점

신선한 테마와 세밀한 묘사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간호사와 병원 및 환자에 대해 실감나게 다루고 있으며 그 고충도 담고 있다. 환자가 불합리한 요구를 해도 간호사의 책임으로 귀결되거나, 부서 내에서 왕따를 당한다거나 하는 등 어두운 면도 가감없이 보여주는 만큼 핍진성이 훌륭하다.

다양한 엔딩과 루트 구성

히로인에 대응하는 선택지 여럿을 통해 쌓이는 플래그를 통해 자연스레 루트로 넘어가는, 전통적 '공략'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개별 진입 타이밍도 히로인마다 다 제각각이고 엔딩도 최소 3개에서 최대 5개까지 있기 때문에 필요한 세이브의 양도 많다.

이는 난이도를 높이는 원인이나, 덕분에 각 루트가 어색함이 없고 매번 다른 타입의 IF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공략을 본다면 단점이 상쇄되는 만큼 이 특성은 고스란히 이점으로 작용한다.

게임 전체에 걸쳐서 복선을 풀어나가는 방식

마유키와 하츠미 루트에서 정답의 형태로 대부분의 떡밥이 풀리긴 하지만 이전까지 상당량의 힌트가 제공되는 만큼, 해당 루트들을 플레이하기 전에도 충분히 추측이 가능하다.
스포일러 보기/접기 2명쯤 공략하면 내면의 존재가 공략 상대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으며, 3명쯤 공략하게 되면 선택지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감도 잡을 수 있다.

각 캐릭터를 공략하면서 게임의 수수께끼 역시 적절한 템포로 풀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인물상의 묘사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듯한 현실적 인간상들이 작중의 인간관계에 색을 더한다.

주인공을 포함하여 모든 등장인물은 저마다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인간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대개는 자신들의 루트는 물론이고 타 루트에서도 어느 정도의 성장을 보여주는 식으로 문제점을 고쳐 나간다.

주인공과 공략 대상들 모두 입체성이 짙다 보니 평면성이 강한 주축 인물이 하나정도는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하츠미로 보인다.

아쉬운 점

보기/접기

일부 급전개

사실 이런 문제가 없는 게임이 거의 없으나, 스토리게이기 때문에 이런 단점이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개별 루트들의 후반부 진행 템포가 빠른 편인데 늦추는 편이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을 것 같다.

특히 야스코의 루트는 상당한 급전개다.

간혹 등장하는 치밀하지 못한 설정

앞서 말했듯이 묘사 자체는 세밀하고 풍부하다. 그러나 모순되는 설정들이 보인다.

가령 카오리는 자신을 살려준 의학에 빚을 갚고 싶다는 꿈이 있기에 간호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숭고한 동기를 지닌 것치고는 공부를 그다지 안 한 묘사라,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사고의 휴유증 때문에 쉽지 않았다는 식으로 보강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자신만만하던 사유리도 막상 해보니 이론과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는 묘사가 나오기는 한다.

한편 하츠미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깐깐한 이미지로 묘사되는데, 카오리가 무단으로 결근하는 등의 실수를 했는데도 질책하거나 신경을 쓰는 묘사가 때때로 빠져 있다. 물론 대체로는 일관성을 유지하지만 가끔 그런 모습이 보인다.

그냥 애인이니까 가끔 봐주는 것이라고 퉁칠 수도 있겠다.

애매한 인상의 판타지 요소

이건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라 생각하지만, 내게 아쉬운 점이었기에 짧게 기술한다.

리얼리티를 기조로 한 메인스트림은 핍진성이 뛰어나서 진중한 재미가 있다. 하지만 결국 이야기의 핵이면서 사건을 끌어가는 것은 「치유의 손」을 비롯한 판타지적 요소들이다. 게임을 어느정도 진행하다 보면 하즈키, 하츠미가 능력자라는 사실이 튀어나온다.

이런 요소들이 굳이 필요했을까 싶은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대중성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고, 더 리얼리티로 갔으면 더 가라앉은 작품이 되면서 상당히 호불호를 탔을지도 모르겠다. 플롯의 구상 난이도도 더 높아졌을 테고.

편의성이 부족한 시스템

복잡한 공략을 요구함에도 플로우 차트, 백로그 점프 등의 유용한 기능이 없다. 그나마 공략에 쓸 수 있는 기능은 다음 선택지까지 점프하는 것이다. 게임 설정도 단촐해서 볼륨컨트롤과 창 투명도, 미독 스킵 옵션만 있다. 오토 스피드나 드로우 스피드조차 조절할 수가 없어서 불편하다.

무엇보다 불편한 점은 엔딩 컬렉션조차 없다는 점이다. 캐릭터마다 엔딩이 최소 3개에서 5개까지 있는 게임이라면 엔딩 앨범 정도는 마련해 주는 것이 최소한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엔딩을 다시 보려고 해도 세이브가 없으면 엄두가 나질 않는다.


『백의성 연애 증후군』 총평

간호사라는 소재를 잘 파고든 백합 스토리게

고된 직업의 세계를 묘사하며 이야기도 무거운 편이다.그래서 별 생각없이 집었다가는 쓴맛에 놀랄 수 있다. 불편하고 낡은 시스템, 담백한 원화와 옅은 사운드는 진입 장벽을 더 높였다.

그러나 뛰어난 핍진성이 몰입감을 높이고, 여기에 직업윤리를 비롯해서 간호관과 사생관까지 논하는 진중한 테마가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준다. 개성을 나눠가진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균형을 잡아주며 자신들도 성장해 나간다.히로인마다 3개 이상이 갖춰진 엔딩은 다양성을 충족시킨다.

정리하자면 『백의성 연애 증후군』은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이야기소프트한 백합 이챠를 즐길 수 있는 백합 게임이다. 이쪽 장르를 좋아한다면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2021.12.14 리뉴얼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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