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와 은하룡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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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TOKYOTOON(Harukaze 산하 브랜드)에서 2019년 12월 27일 발매한 미소녀 게임『마르코와 은하룡』(マルコと銀河竜, 은하룡)의 분석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 부분 은 기본적으로 접혀있으니 펼쳐서 읽기 전 주의 바랍니다.
리뷰에 사용된 CG의 모든 권리는 게임 제작사인 TOKYOTOON에 있습니다

『마르코와 은하룡』리뷰

제목: 마르코와 은하룡(マルコと銀河竜, Marco to Ginga Ryuu, 은하룡)
제작사: 도쿄툰(TOKYOTOON)
작가: 하토(はと, Hato)
속성: 미소녀 게임, 미연시, 스토리게, 전연령, 카툰, 스페이스 오페라


목차

01. 게임 소개 및 한글패치
02. 요약
03. 도입부
04. 소재
05. 작품 구성
06. 캐릭터 디자인과 보이스
07. 텍스트
08. 원화
09. 서비스신
10. 음악
11. 시스템
12. 시나리오
13. 특장점
14. 아쉬운 점
15. 총평

표시가 붙어있는 부분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펼쳐서 읽기 전 유의 바랍니다.



게임 소개

마르코와 은하룡

원제: マルコと銀河竜
영제: Marco and the Galaxy Dragon
별칭: 은하룡
2020년 2월 28일 TOKYOTOON에서 발매한 미소녀 게임. 도쿄툰은 하루카제 산하의 새 브랜드로 스텝도 공유하는 등 사실상 하루카제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스팀 출시 미연시와 마찬가지로 패키지에 비해 스팀판이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일반판은 2만원, 디럭스는 5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한글 패치

팀 myskrpatch에서 제작한 『마르코와 은하룡』의 한글 패치가 2021년 10월 18일 공개되었다. 아래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https://myskrpatch.tistory.com/179
「마르코와 은하룡 간이 한글패치 + 모바일 이식 1.1」

위 사이트는 아래의 목록을 제공한다.
- 마르코와 은하룡의 간이 한글패치
- 버그 제보 포스트
- 키리키로이드를 이용한 모바일 이식 기능
- 한글패치의 설치 메뉴얼


요약

한 편의 이야기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일직선 스토리게
『마르코와 은하룡』은 트렌드에 맞추면서 수요층을 확장시키고자 시도하는 harukaze의 변화를 보여주는 첫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방대한 양의 CG와 BGM을 사용한 덕에눈요깃거리가 많다. 여기에 고전적인 서사를 채용하였고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카툰 애니메이션 여럿을 때려박아 접근성도 좋다. 선택지를 포기하고 일직선 스토리를 채택하여 통상의 미소녀 게임과 달리 공략이 필요없다는 점도 쉬운 플레이에 기여한다.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짧고 굵은 작품」을 찾는다면, 은하룡을 권해도 좋을 것이다.

도입부

향하는 곳은 고향 지구였다!
어릴 적 기억을 잃은 고아인 마르코, 은하의 지배자인 은하룡 아르코. 둘은 태그를 이루어 보물 사냥꾼으로 활동하다 '도마뱀석'을 얻게 된다. 그러다 마르코는 어머니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된다.

도마뱀석 팔면서 겸사겸사 휴가도 보내겠다는 명목을 내세워, 마르코는 엄마의 흔적을 찾아 지구로 향한다. 아르코는 늘 그랬듯이 마르코의 뒤를 따른다.
캐치프레이즈의 원문은 "向かう先はは生まれ故郷の地球だっ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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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대부분의 시간은 지구에서 보낸다.

소재

스페이스 오페라

동명의 영화로 잘 알려져 있는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오마쥬한 것으로 보이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메인 빌런에게서는 타노스의 향이 나며, 주인공 마르코의 행적은 스타로드를 연상케 한다.
스페이스 오페라 space opera
우주를 무대로 한 모험담을 다루는 공상 과학 작품
초창기의 작품들은 우주가 배경일 뿐인 제국주의 작품이 많아 고리타분한 장르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이르러 이공계 출신의 작가들이 쓴 hard space opera 계통의 세련된 작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흐름이 바뀌게 되었다.

개그

작품의 절반정도는 하토식 코미디로 가득 차 있다. 그 스타일링은 연애황제, 노라토토 시리즈와 유사하지만 절제되어 있어 맛이 비교적 순한 편이다.

사랑

연애의 것은 아니고, 우정과 가족애의 연장선상에 있다. 본편의 목표는 마르코의 엄마를 찾는 것이고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 역시 사랑과 감정의 필요성.

주인공과 파트너, 주요 인물 다수가 모두 여성이라 백합 작품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개그신 말고는 백합 요소가 그다지 없다. 등장인물간의 유대감이 단순한 친구 이상이라는 느낌은 종종 들지만.

작품 구성

플레이타임

총 플레이타임은 약 6~8 시간이다.

진행과 엔딩

『마르코와 은하룡』는 별도의 선택지 없이 쭉 진행되는 일직선 구조이다. 분기가 딱 하나 존재하나 CG 회수용이다.

카툰 애니메이션

특이하게도 10화에 달하는 카툰 애니메이션이 사용되었다. 방향성과는 별개로 양질의 영상들은 신선하다는 인상을 한껏 준다. 그 외에 슈팅 미니게임이 하나 있는데, 어렵지 않고 skip도 가능해서 진행에 지장을 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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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입된 카툰 애니메이션 예시


캐릭터 디자인과 보이스

캐릭터의 숫자부터 굉장히 많은데 여기에 각각의 고유 CG를 다량 안겨주었다. 연기는 특별한 하자없이 대부분이 훌륭한 편이다.

많은 캐릭터의 담당이 양지 성우로 본작 『마르코와 은하룡』이 미소녀 게임 첫 출연인 경우가 대다수다. 음지에 비해 페이도 높고 일감도 가려 받는 양지 성우를 다수 쓴 것을 보면 하루카제가 본작에 얼마나 기대를 걸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마르코 (Marco) 지구로 온 보물 사냥꾼

CV: 이자와 시오리
마르코는 노예로 살다가 도스고로에게 거둬지면서 보물 사냥꾼이 된, 본작의 주인공이다. 성격은 유들유들하며 일처리도 시원한 편.
눈은 삼백안이 기본이며 복장 역시 활동성 중시의 수수한 것. 굿즈나 일러를 봐도 딱히 비쥬얼적으로 밀어주지 않는 것을 보면 다소 중성적인 디자인은 의도한 듯하다.
속성: 모험가, 고아, 탐식가, 포커페이스, 실용적

아르코 (Arco) 주인공의 파트너

CV: 요시다 유리
마르코의 친구이자 파트너인 아르코는 인간형 폴리모프가 가능한 은하룡이다. 태어난 곳이 블랙홀인데다 에너지 효율이 극악이라 늘 배고파하고, 충치도 달고 산다. 마르코를 '가장 맛있을 때' 먹기로 그녀와 약속했다.
평소에는 새끼 용 형태로 돌아다니는데, 꽤나 귀여운 디자인. 인간형은 머리의 뿔이 압도적 존재감을 보여주지만, 분홍빛의 브리지 역시 만만찮게 시선을 끈다.
속성: 모험가, 동료, 탐식가, 활동적, 유치함

요르문간드 하쿠아 (Jörmungandr Haqua) 주인공을 쫓는 추적자

CV: 미소노 메이
작품 메인 빌런인 아스타로트의 딸로 그 목적은 마르코가 발견한 도마뱀석의 회수. 하토의 작품들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무뚝뚝하다가 감정을 알아가는 유형'의 캐릭터다.
표정 변화도 옅고 말수도 적지만, 은발에 슬림한 체구와 후드달린 망토로 본작의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다.
속성: 빌런의 딸, 금욕적, 추적자, 과묵함

가르구이유 실라 (Gargouille Coela) 복수귀

CV: 타무라 무츠미
아스타로트의 행성 청소에서 살아남아, 모성(母星)을 기리며 복수를 맹세했다는 꽤 무거운 배경을 지니고 있다. 멍청한 것도, 전투 실력도 작중 최상급이라 여기저기서 활약한다.
팔찌와 서클릿을 포함한 화려한 복장을 걸치고 있으며 '실러캔스'라는 황금색 대검을 들고 다닌다.
속성: 생존자, 복수귀, 문신, 전투광, 멍청함
가고일 Gargoyle
이 캐릭터의 이름 Gargouille는 가고일(Gargoyle)의 프랑스어이다.
프랑스 전설에 등장하는 드래곤 형상의 괴물 혹은 그 괴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석상을 통칭한다. 중세 유럽에서 기독교 포교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장식적 의미만 남게 되었다.
실러캔스 Coelacanth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물고기의 2종을 아우르는 명칭.
4억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본래의 모습을 간직해왔다는 것이 통념이었지만, 최근의 연구에 의해 실러캔스의 형태는 생각이상으로 다양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외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보기/접기

온다 사쿠라코 (恩田桜子) 싸움에 능한 학생회

CV: 타이치 요우
골드 코트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학생회의 일원. 겉보기와는 달리 사람을 잘 챙겨주는 따듯한 면모가 있다.
해골 모양의 목걸이, 흑백이 교차하는 팔찌를 차고 있다. 겉옷을 반쯤 걸치고 있다는 점 역시 디자인의 포인트.
속성: 학생, 학생회, 불량아, 싸움꾼, 다정함

온다 유코 (恩田游子) 카페 종업원

CV: 히키사카 리에
카페의 경영자 겸 종업원이다. 이곳은 주 메뉴인 커피보다 카레가 오히려 유명하다고 한다.
적색으로 물들인 브리지와 커다란 귀걸이가 눈에 띈다.
속성: 언니, 스태프, 활발, 친절

루리 (瑠璃) 소바가게 알바생

CV: 파이루즈 아이
부친의 소바 가게에서 알바생으로 일하는 여학생. 마르코의 친구이며 공부보다도 일에 더 열중하고 싶어한다.
그을린 톤의 피부와 포인트 컬러인 분홍색이 잘 어울린다. 곱슬거리는 헤어스타일은 귀여움을 더 올려준다.
속성: 친구, 학생, 활동적, 열정적, 친절, 시끌벅적

테라 이세자키(テラ・イセザキ) 재벌가의 카리스마 영애

CV: 우치야마 유미
이세자키 중공업의 영애 중 언니. 뭐든 마음에 들면 어떻게든 갖고 싶어한다. 학생회장까지 맡는 것 치고는 머리가 영 좋지 않다.
두 가닥 땋은 머리가 차별화된 포인트. 대부분의 장면이 교복이라 잘 드러나진 않지만 사복은 핏이 드러나는 옷을 즐겨 입는다.
속성: 학생, 학생회장, 자아도취, 부유함, 아둔함, 시끌벅적

랏카 이세자키(ラッカ・イセザキ) 재벌가의 똑똑한 영애

CV: 스즈시로 사유미
테라의 동생으로 이세자키 가문의 재정 담당자다. 멍청한 언니와는 다르게 증권거래소를 드나들며 자산을 늘리고 있을 만큼 뛰어난 지능과 금전 감각을 지니고 있는 모양.
머리에 장식하고 있는 은 붉은 계통의 달리아로 추정된다.
속성: 학생, 학생회, 친절, 부유함, 지적, 냉정, 회계

달리아 Dahlia
다채로운 조형과 각양각색의 빛깔이 있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국화과의 꽃.
붉은 달리아의 꽃말은「당신의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이다.

쿠로사키 타카오 (黒崎 鷹緒) 집사

CV: 오오모리 니치카
이세자키 가문의 집사이며, 학생회 일원이기도 하다. 평상시에는 테라를 보좌하고 있으며 독서를 좋아한다.
늘 흰 장갑을 차고 다닌다. 주인공처럼 어느정도 중성적 이미지이지만 사복 차림에서는 꽤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속성: 학생, 학생회, 집사, 독서가, 차분함

판다그래프 (Pandagraph) 수배중인 치과의

CV: 하나자와 사쿠라
불법적인 시술에 거리낌이 없는 치과의. 명목상의 직업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신체 개조를 즐기는 미치광이 외과의에 가깝다. 수배 중임에도 지구에서 버젓이 장사를 하는 중.
반쯤 헐벗은 가운에 형형색색의 고글을 차고 있는데, 절제된 디자인이 많은 본작에서 유독 튀는 모습이다. 포인트 컬러는 보라색.
속성: 치과의, 활발함, 신체개조, 수배자, 미치광이 과학자, 배금주의

시장 (市長) 골드 코트의 시장

CV: 하루노 안즈
이름은 따로 나오지 않고 작중에서는 시장이라고만 불린다. 허세가 많은 성격이지만 능력은 그에 걸맞지 못해서 위기가 닥치면 질질 짠다.
조그마한 체구와는 갭이 느껴지는, 모자에 넥타이까지 챙긴 군복을 입고 있다.
속성: 시장, 로리, 건방짐, 무능함, 시끄러움

비상식 (非常食) 마스코트?

CV: 타나카 타카코
정말로 이름이 'emergency food'이다. 주인공 일행과 함께 다니는 돼지머리 형상의 기이한 생명체. 변신 능력이 있고 평상시엔 우주선 조종을 맡을 만큼 지능이 뛰어나다는 설정.「부히-」외에는 말할 수 없으나 각각의 대사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등 쓸데없이 디테일을 갖추고 있다.

도스고로 (Dosgoro) 주인공의 양부

노예였던 주인공 마르코를 산 뒤, 도둑질을 가르쳐서 보물 사냥꾼으로 만들어 준 당사자. 포지션은 양부이지만 마르코와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며, 도스고로 본인도 간지러운 관계 따위는 사양하는 것 같다.

아스타로트 (Astaroth) 메인 빌런

가르구이유의 모성을 포함해서 수많은 행성을 도륙내고 다니는 작중의 메인 빌런. 마르코가 입수한 도마뱀석에 지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어 딸 하쿠아를 보내 일행을 추적한다.

엘 스켈톤 (El skelton) 부하 악당

아스타로트의 부하. 이름에 걸맞는 외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심성은 정이 넘치고 성실하다.


텍스트

하토답게 텍스트만 보면 서정적이고 섬세한 것이 많다. 덕분에 진지한 장면에서는 꽤 분위기를 돋워준다. 산만한 전개와 개그는 여전히 취향을 타지만, 다행스럽게도 전작들에 비해서는 순한 편.

원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수백장에 달하는 풍부한 원화를 자랑하고 있다. 매 신마다 고유 CG를 때려박았고 의도적인 반복 신을 제외하면 뱅크컷이 거의 보이질 않는데 딱히 질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소녀 게임 특유의 컷신 재활용으로 인한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작품의 CG는 좋은 의미로 굉장하다 할 수 있다.

서비스 신

『마르코와 은하룡』은 전연령으로 발매된 만큼, H신은 없다. 서비스 신은 가뭄에 콩 나듯 가끔 등장한다.

본작의 몇 안되는 서비스 신

사운드

매 장면마다 고유하게 준비된 BGM을 사용한다. 8시간도 안되는 플레이 분량임에도 60개가 넘는, 굉장히 많은 곡들을 준비했으며 퀄리티도 준수하다.

여유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재즈곡,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피아노곡은 보컬과 가사 모두 좋아서 곡 자체로도 훌륭하다.

BGM의 갯수만 해도 압도적인데 퀄리티도 대체로 우수하다.


시스템

화이트 기조로 디자인된 UI는 깔끔하다.

편의성의 핵심인 백로그 점프를 갖추고 있어 기본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설정 가능한 옵션들도 대개 유용하며 캐릭터별 음량 조절도 가능해서 편리하다. 특이하게도 UI 언어, 주 언어와 서브 언어를 각각 설정할 수 있다.

플롯 차트가 없다는 점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나, 일직선 진행이며 분량도 작은 게임 특성상 그 불편함이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주의: 스포일러


하단의 항목에는 『게임명』의 핵심 스포일러 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기 전 주의 바랍니다.







시나리오

딱히 게임이 철학적 혹은 심오한 테마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정신없이 전개되는 타임라인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인물 감상을 남기는 것으로 분석을 대신하겠다.

줄거리 요약과 감상

요약본 및 감상 보기/접기

프롤로그

납치당해 노예로 살던 마르코가 도스고로에게 팔린 뒤 아르코에게 구해진다. 둘은 태그를 짜서 보물 사냥꾼을 시작한다. 도마뱀석을 찾은 마르코는 휴가 명목으로 어머니를 찾아 지구행.

본편

은하를 주름잡는 악당 아스타로트가 마르코에게 자객과 괴수 등을 보내지만 돌을 탈취하는 데 실패한다. 골드 코트의 시장(市長)은 난동의 주범으로 마르코 일행을 지목하고 투옥시킨다. 마르코, 하쿠야, 가르구이유는 아르코의 도움을 받아 탈옥에 성공하고 마르코의 주도를 통해 둘은 정전협정을 맺게 된다.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이번엔 돌연변이 생물체 '러브'가 등장하여 지구는 난장판이 된다. 다소 상황이 진정되자 하쿠아의 배신으로 아스타로트가 등판하고, 마르코를 반 죽이면서 돌을 빼앗아 힘을 흡수한다.

마르코의 팔과 생명을 동시에 살리기 위해 판다그래프가 수술을 집도한다. 아르코는 홀로 아스타로트에게 맞서러 가지만 아스타로트에게 당하고 만다. 회복한 마르코는 가르구이유와 함께 아스타로트를 추적한다. 하쿠아는 가르구이유와, 마르코는 아스타로트와 최종전을 치룬다.

마르코는 수세에 몰리지만 아르코가 자신을 희생하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하면서 그녀와 이별하게 된다.

에필로그

본편의 후일담. 마르코는 새 파트너인 하쿠아와 함께 보물 사냥 중이다. 아르코가 짤막하게 등장하며 재회를 암시한다.

Q: 이야기의 모티브

앞에서 잠깐 이야기했던 것처럼, 본작의 대략적 타임라인을 훑어보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오마주임을 손쉽게 알 수 있다.

주인공들이 납치했당했다가 팔리면서 도둑질을 배웠고, 친부/친모를 찾고 있고, 팀으로 다니는 보물 사냥꾼이라는 것 등이다. 강력한 힘을 지닌 '돌'을 둘러싸고 다툼이 벌어지며, 빌런이 그 힘을 흡수했다 결국 패하는 점 역시 같다.

그 외에도 여타의 SF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네타가 간간히 보인다.

인물별 감상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서 주요 및 조연 위주로 기술. 꽤 많은 캐릭터가 복선을 흘렸으나 회수되지 않은 것들이 상당하다는 점을 봤을 때 후속작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인물별 감상 보기/접기

마르코

작품의 주인공. 보이스가 완비되어 있어서 몰입을 도와준다.

유들유들한 성격으로 발 가는대로 사는 유형임에도 여기저기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때때로 엿보이는 호기로운 일면을 보면 확실히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르코는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이었다.

아르코

마르코의 파트너. 마르코와 친모의 기억을 먹어치웠다. 은하에 단 하나뿐인 은하룡이라는 독보적인 자신의 존재 때문에 오랜 세월을 고독하게 살아왔으나 마르코를 구하면서 자신 역시 구원받게 되었다.

마르코의 엄마가 되어주겠단 약속이나, 마르코를 가족들에게 돌려보내야 하나 번민하는 장면 등 감성적인 장면에 자주 등장한다. 충치가 잘 생긴다는 복선이 있었는데 이것이 마르코를 돕기 위해 슬픈 기억만 먹어치우다보니 생겼다는 짠한 설정이 되었다.

한편으로 치과에 가기 싫어하고 가서도 질색하며 난리를 피우는 등 아이다운 면모가 개그 파트에서도 여실히 활약할 수 있게 해준다.

행적, 연기, 디자인 모두 싫어하기 어려운 요소로 꽉꽉 채운, 작중의 핵심 캐릭터.

본작에서 제일 귀여운 캐릭터를 꼽으라면 새끼용 모드의 아르코가 아닐까?

그 주인공 이상의 존재감을 자랑한 아르코

비상식

마르코 파티의 일원. 인간의 말은 하지 못하지만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고 지능도 매우 높다.

나름의 사연과 인연도 있고, 보다보면 익숙해지긴 하지만 조금 더 괜찮은 디자인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AI 로봇이라던가.

조금 더 세련된 디자인이었다면...

하쿠아

은하를 지배하는 아스타로트의 딸. 전투 실력도 괜찮으나 가르구이유, 아르코에 미칠 바는 아니다. 기계적 교육으로 인하여 인간성을 상실했으나 마르코 파티와 교류하면서 점차 회복된다.

작중에서 고민 끝에 애매한 형태의 배신을 한 번 하지만, 프롤로그 파트에서 흘렸던 복선을 잘 회수하며 좋은 끝을 맞이하는 인물. 에필로그에선 마르코와 함께 보물 사냥을 다닌다.

아르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군이 되는 적'이라는, 고전적으로도 수없이 증명된 치트키에 무난하게 뽑힌 디자인까지 더해지니 싫어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인물이 되었다.

머리에 달고 있는 꽃은 정확히 짚기는 어렵지만 플루메리아 혹은 화이트 아네모네로 추정된다. 플루메리아는「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 화이트 아네모네는「기대와 희망」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는데 어느 쪽이든 그럴듯해 보인다.

하쿠아는 다른 게임 같았으면 히로인 자리를 차지했을만큼, 디자인이 잘 뽑혔다

가르구이유

폐혹성 출신 생존자로, 우주를 뭉개고 다니는 아스타로트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았다. 초기의 비장함은 어디갔는지 멍청하고 나사빠진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가 되었지만 작중 최정상의 무력을 지닌 만큼 전투신에는 어김없이 모습을 비추며 멋을 뽐낸다.

사막이 고향인지라 물에 환장을 한다. 개가 목을 축이듯이 분수대의 물을 깡그리 흡입해대며 연신 물맛을 칭찬하는 개그신은 작중에서도 돋보이는 장면.

이름의 영문 원어인 가고일은 화형을 당하고도 버젓이 살아있었다는 전설이 있는 괴물이다. 캐릭터의 테마가 복수인데다, 생명력이 질기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작명을 한것 같다. 한편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을 지닌 '실러캔스'를 생각해보면 그녀의 검이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복선이 아닐까 했으나 결말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작품을 돌아가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 캐릭터.

무력은 강하지만 얼빠진 곳이 있다는 캐릭터는 호감 사기 좋다.

도스고로

일단 작중의 흐름만 보면 마르코의 양아버지에 가까운 포지션을 취하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철저히 그런 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초반에는 그저 탐욕스런 악인 정도로만 조명되나 그 역시 나름대로 마르코에 대한 애정은 있다.

마르코에게 속아넘어가서 도마뱀석 대신 '고로케'가 든 공을 받고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심지어 두 번째로 속을 때는 온전한 고르케를 받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 틀림없는『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욘두」에 대한 오마주일 것이다.

오마주 대상과는 달리 임팩트가 약하다. 한 번 정도는 활약하는 장면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은 캐릭터.

도스고로는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보일 때조차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다.

판다그래프

은하에서도 유명세를 떨치는 치과의사. 본업인 치과의보단 외과의로서 신체개조를 주로 하는 듯하다. 은하룡인 아르코의 충치를 빼거나, 아스타로트에게 얻어터져 빈사가 된 마르코를 살려주는 등 그 솜씨는 확실하다고 묘사된다.

성우의 이색적인 연기를 볼 수 있는 캐릭터로 톡톡 튀는 존재감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나온 장면마다 눈도장을 찍고 간 판다그래프

루리

소바가게 점주의 딸. 공부엔 소질이 없고 요리에만 관심이 많은데 그조차도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토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개그요원이다. 분량은 꽤 있고 활약하는 파트도 배정되어 있으나 불행히도 하토식 개그의 지분이 높아서 호불호를 꽤 탈 것이다.

귀여운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하토식 개그에 절여지면서 뭔가 미묘해진 루리. 그래도 분량은 많이 받았다.

랏카

이세자키 자매 중 여동생이다. 머리가 비상하여 이세자키 家의 재정을 맡는 실세로 나온다.

정면에서는 알기 어렵지만 랏카 역시 땋은머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전형적인 아가씨라는 느낌이 완연한 언니 테라와 달리 이 쪽은 세련된 아가씨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평소엔 나긋하지만 광기에 자신을 맡기는 모습을 통해 양면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테라와 함께 꽤 무거운 복선을 흘리지만 회수하지 않는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비밀스러움이 느껴지는 랏카

테라

이세자키 자매 중 언니. 전형적인 금발거유 캐릭터이며, 수천만엔을 주고 자갈 한톨을 사는 등 멍청함이 돋보여서 웃긴 장면은 대개 이 인물이 차지한다.

작품의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드는 핵심요원이며 무거워진 흐름을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도 맡는다. 작중 인물들이 다 그렇듯 마르코에게 호의를 표하는데 캐릭터 성격상 좀 더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편.

진지한 떡밥을 슬쩍 흘리는 모습도 보여주었으나, 동생 랏카와 마찬가지로 복선 회수는 없었다.

작품의 밝은 분위기는 테라가 상당 지분 차지한다.

타카오

이세자키 가문을 섬기는 집사. 무미건조한 성격에 책을 좋아하는 얌전한 인물로 등장하나, 테라와 만담을 펼치는 등 의외의 재능을 선보인다.

집사답게 뛰어난 전투력을 갖고 있고 전투 장면도 있다. 마르코의 수술 장면에서는 다소의 비중이 주어졌지만 캐릭터의 개성이 상대적으로 옅다 보니 이 정도의 분량으로는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복 전투신을 보면 붉은 옷에 단도를 들고 적을 초토화시킨다. 오마주?

시장

한심함을 형상화한 것마냥 무능에 삽질만 거듭하는 캐릭터. 테라와 닮아있는 게 떡밥인가 싶었는데 별 의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인간이 어떻게 시장 자리에 올랐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유코

온다 자매의 맏이로 카페를 경영하는데 화려해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행적은 수수하다. 하토식 개그의 일환인지 커피 메인의 카페 주제에 카레가 더 유명한 것은 덤.

마르코를 보자마자 누구인지 직감으로 알아내었으며 밀당하기보단 따듯하게 지켜봐주는 어른 포지션이다.

그녀 역시 한 솜씨 하는 전투력을 보여주면서 떡밥을 흘렸다

사쿠라코

온다 자매의 둘째. 불량아스런 차림에 빈둥거리는 것을 좋아하나, 루리를 질책해서 학교를 보내는 등 작중에선 상당히 정상적이고 성실한 편에 속한다. 싸우는 이유도 그저 골드 코트를 지키기 위한 것.

다른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과 꽤 분위기 있는 신을 연출하는데 어떤 의미인지는 불명이다.

의외로 좋은 사람 역의 사쿠라코

아스타로트

감정과 사랑을 부정하며 행성들을 뭉개는데 여념이 없는 은하급의 대악당. 묘사를 보면 영락없는『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타노스 열화 복제버전이다. 은하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도마뱀석을 노리고,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었던 하쿠아를 내치기도 한다.

최종 전투신에서도 비장함, 엄숙함을 찾기 어렵다. 설정만 보면 압도적 카리스마가 있어야 할 악역이나 작품 자체의 분량이 빈약하고 스케일만 쓸데없이 크다보니 그에 걸맞는 존재감은 남기지 못했다.

처음 볼 때만 해도 굉장한 무게감이 있는 악당인 줄 알았다.

엘 스켈톤

이런 류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전형적인 호감악역. 아스타로트의 부하로 하쿠아를 친부처럼 돌봐준다.

도마뱀석 찾으라고 보냈더니 하루종일 어묵 장사나 하면서 지구인의 호감을 얻어 돌을 찾겠다는 코미디를 찍고 있다. 악역답지 않게 성실하고 착실하다는 점이 아이러니를 증폭시킨다.

보면 볼수록 호감이 안 생길수가 없는 엘 스켈톤


특장점

눈요기가 되는 CG들과 풍부한 BGM

일반적인 미소녀 게임과 다르게 CG의 분량이 상당하다. 뱅크컷 활용에 적극적인 통상의 작품들과 달리 고유 CG를 매 신마다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각 캐릭터들은 스탠딩 CG도 풍부하게 배정받아 적재적소에 활용하였다. 특히 같은 신에서도 미세하게 구도가 바뀌는 디테일이 돋보인다.

거기에, 몇시간에 불과한 플레이타임에도 불구하고 수십개의 BGM이 쓰이는 등 사운드에도 신경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미지 보기/접기
도입부에 들어가는 컷도 허투르게 그린 게 없다.

전투 장면은 달리 말할 것도 없다.

스쳐지나가는 수준의 컷도 별도로 그렸다.

무난한 플롯과 고전적인 감동의 조화

분량과 묘사는 부족하나 플롯 자체는 오마주의 원본이 그러하듯 재미있는 편이다. 가족애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더욱 즐길 수 있다. 개그는 취향을 타긴 하나 전작들에 비해 순하고 절제되어 있어서 피식 웃을 때가 종종 나온다.

시리어스 파트에서는 하토의 서정적인 문체와, 좋은 BGM이 시너지를 이루면서 감성적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스포일러를 포함한 이미지 보기/접기 미묘한 관계였던 마르코와 사쿠라코가 등을 맞대는 장면이나, 마르코와 유코가 껴안는 장면, 비록 가짜이긴 했어도 모친과의 교감을 나눈 장면, 마지막에 마르코와 아르코가 이별하는 장면 등이 그 예.

마르코와 아르코의 이야기를 동화풍으로 설명한 부분도 좋다

둘이 이별하는 장면에서 서정성이 듬뿍 묻어난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겹치지 않는 특색, 좋은 연기

주요 인물들은 열댓명에 달하며 엑스트라들도 꽤 등장한다. 그럼에도 컨셉이 겹치지 않고 속성이 잘 분배되어 있다. 여기에 뛰어난 성우들을 기용하였으며 주조연 가리지 않고 기대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주면서 부족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의 컨셉을 살리는 데 기여했다.

주인공인 마르코 역시 풀 보이스가 제공되어 작품 내내 대사가 비는 일이 없다. 다량의 CG와 더불어 비쥬얼, 사운드 양면으로 만족감을 주는 데 기여한다.

우수한 접근성

재팬 스타일에 비해 리소스가 덜 필요한 미국식 카툰 스타일임을 감안해도 활용된 애니메이션 신이 10개로 상당히 많다. 이들은 지루함을 덜어주면서 텍스트를 읽는 피로도를 낮춰주고 있다.

시나리오의 분량이 애초에 그리 길지 않았는데 다량의 애니메이션과 미니게임이 일부 줄거리를 대체한 만큼 접근성이 상당히 좋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통상의 호흡이 긴 미소녀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 입장에서는 너무 가볍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카툰 애니메이션으로 묘사된 배틀신

아쉬운 점

난잡한 구성 문제

시간대로 정리한 플롯만 보면, 인기있는 스토리를 각색을 더해 가져왔을 뿐으로 특별하게 모난 점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모티브가 된 것이 '팔리는 스토리'임을 감안한다면 재미가 없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하토의 스타일을 겪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경계 없이 오가는 개그와 시리어스, 뜬금없는 장면 전환, 특유의 개그 등 산만한 구성이 경우에 따라서는 몰입에 방해라 여길 만큼 취향을 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토식 시나리오의 장점 중 하나는 은연중에 숨겨놓은 따듯한 메세지, 라고 생각하나 본작에선 그런 점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는 인상이다. 처음부터 마르코와 아르코의 관계가 충분히 암시되고 있으며 결말 역시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모티브를 고려했을 때 작중의 흐름은 정답을 벗어나진 않았으나 기대치를 충족하지는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등장 인물 숫자에 비해 분량이 워낙 적다보니 개개에 대한 조명이 부실하는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무게감의 부족

보기/접기 앞서 특장점의 「접근성」부문에서 평가했던 것처럼 미니게임과 애니메이션은 텍스트 어드벤쳐 특유의 지루함을 덜어주면서 접근성을 낮춰준다.

문제는 작중의 핵심 장면 중 하나를 5분도 안 걸리는 미니게임으로 대체하는 것이 '묘사 대신 적당히 때운다'는 인상을 남긴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카타르시스가 필요한 장면이 카툰과 미니게임으로 채워지니 진지하고 중후한 맛은 좀 떨어진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목표로 하는 것은 좋으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사랑을 설파하는 장면에서는 무게감을 더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할 땐 하고, 쉴 땐 쉬는 느낌으로.

카툰 애니메이션으로 꾸며진 최후의 배틀신. 길이 자체는 꽤 긴 편이다

전체적인 설명 및 묘사의 빈약함

보기/접기 은하를 배경으로 하는 광활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데도 묘사는 얼마 되지 않으며 갑작스레 등장하는 러브의 존재를 포함한 거의 모든 소재에 대해서도 설명이 부족하다.

러브를 비롯해 지구 전역에 영향을 끼치는 대재앙이 발생함에도 반응하는 것은 골드 코트라는 아주 작은 동네밖에 없으며 작중의 각국에서는 한가로운 분위기가 여실하다. 분명히 지구 전역의 큰 위기라고 설명하는데도 작중에서 전투하는 것은 오로지 소수의 여학생들 뿐이다.

메인 빌런인 아스타로트와 그의 세력은 은하를 거닐며 행성을 마음대로 파괴할 만큼 압도적 힘을 지녔다고 묘사되지만 배경이나 그 사상의 기원은 커녕 행적조차 묘사 몇줄에 그칠 만큼 서사도 빈약하다.

이는 작품의 개연성핍진성 양면으로 아쉬움을 남기는 원인이 되었다. 텍스트 어드벤쳐 특유의 하이텐션만으로 이를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다.

소재 자체는 솜씨 좋게 골랐는데 말이지.

작품의 애매함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르코와 은하룡』은 주객전도된 인상이다. 먼저 연출의 방식을 정해 놓고 거기에 시나리오를 끼워 맞춘 것처럼 느껴진다. 본작은 방향성 자체는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텍스트 어드벤쳐로서는 애매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왜냐면 이런 스타일의 상위호환으로 이미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카제의 전작 노라토토가 초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미디어믹스 된 것을 보면, 적어도 사측에서는 컨텐츠의 확장을 목표에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산업적 허들이 높음을 감안해보면 분명 이러한 참신한 시도 자체는 박수를 보내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다만 미소녀 게임의 본질은 텍스트 어드벤쳐라는 말 그대로 이다. 은하룡은 CG와 BGM 등 사용된 리소스에 비해서 텍스트는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부실한 내용을 보공하여 완성도를 높였다면 이는 애매함이 아닌 분명한 장점이 되었을 것이다.

『마르코와 은하룡』총평

트렌드에 맞춰 변혁을 시도하는, 가벼운 스토리게

이 『마르코와 은하룡』은 그간 하토와 하루카제가 내던 클래식한 미소녀 게임과 달리 본격적으로 자본을 쏟아부어 원하는 구상을 어느 정도 그려낸 것으로 보이는 작품이다. CG, BGM, 음성, 애니메이션 등 그냥 봐도 본작에 상당한 투자가 들어간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구상을 이루기 위해 적은 분량, 카툰 아니메로 타협한 만큼 전통적인 미소녀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덧붙여 하토 특유의 산만한 시나리오 스타일은 본작에서도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로 남았다.

그러나 시장이 축소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만한 제작사들의 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의 참신한 도전은 기호를 벗어나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 라이트 유저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시장의 방향성을 따르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만큼, 변혁을 꿈구는 첫 시도임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마르코와 은하룡』은 한 편의 이야기가볍게 즐기기에 적합한 괜찮은 작품이며 스타일만 맞는다면 시간을 보내기엔 충분하고 할 수 있다. 시리즈화 되면서 보강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이 글은 2021.12.26 리뉴얼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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